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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어린이들이 같은 공연을 보지만, 저마다 다른 대목이 선명하게 다가오는 무대가 될 것입니다.”
최초 한·영 이중언어(바이링구얼) 판소리 ‘긴긴밤(The Longest Nights)’의 호주 시드니오페라하우스 상연을 앞두고 이달 초 문화일보에서 만난 제작진의 설명이다. 입과손스튜디오가 작가 루리의 동명 동화를 원작으로 제작한 이 작품은 오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시드니오페라하우스 ‘더 스튜디오’에서 첫 무대에 오른다. 올해 처음 열리는 국제 어린이 공연예술축제 ‘와일드 싱즈(Wild Things)’ 초청작으로, 0세부터 14세까지 가족 관객을 위한 자리다. 완성된 공연을 번역해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2년에 걸쳐 시드니오페라하우스와 공동 제작했다는 .에서 여느 해외 진출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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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긴긴밤’은 2023년 초연해 국내 12개 도시에서 약 1만 명이 봤다. 이상숙 연출은 시드니 버전에서 원작의 ‘가차 없음’을 되살리려 했다. “초연 당시에 아름답게 보여주려 했던 데서 벗어나 이번에는 죽음과 상실, 이별을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원작의 ‘가차 없음’을 되돌리고 싶었습니다.”
바이링구얼은 자막이나 순차 통역을 얹는 방식이 아니다. 당초 ‘자막을 읽기 어려운 어린 관객을 위해 영어 내레이션을 넣어 달라’는 시드니오페라하우스 측 요청에, 제작진은 되물었다. “관객을 그렇게 편하게 해 주는 것이 판소리가 하는 일인가. 소리꾼과 고수, 관객이 저마다 할 일을 하는 게 판소리다.” 그렇게 영어는 단순한 내레이션이 아니라 판소리 구조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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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배우 조 터너·홀리 오스틴이 주인공의 ‘죽은 부모’를 맡아 남은 아이를 지켜본다. 소리꾼의 노래는 한국어로, 부모의 말은 영어로 들린다. 나머지는 몸짓과 음악, 빛으로 관객이 눈치껏 잇도록 여백을 뒀다.
소리꾼 이승희는 “발성이나 표현을 특별히 달리하지 않고 늘 하던 대로 한다”며 “다 알아듣지 못해도 소리꾼을 눈치껏 따라가며 보는 것, 그게 판소리를 경험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고수 이향하는 북과 추임새에 머물지 않고 작곡과 음악감독을 겸해 한국어 소리와 영어 대사 사이의 정서를 잇는다. 큰 세트를 덜어낸 자리는 소리와 빛이 채운다.
판소리의 폭을 넓혀 온 이들에게 판소리는 지켜야 할 문화재가 아니라 하나의 장르이자 태도다. 이향하 입과손스튜디오 대표는 “우리는 판소리를 만드는 방법을 만드는 단체”라고 말했다.
bs/boar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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