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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자랑스러운 문화요? 아마 제가 아닐까요?”
지난 26일 하노이한국국제학교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대사배 베트남 전국 결선 한국어 말하기 대회’. 일반부 전공 부문 참가자 부 티 흐엉 냐이씨가 심사위원의 질문에 능청스럽게 답하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냐이씨는 발표 준비 때 실제로 AI에 주제를 추천받았지만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고 했다. “AI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AI에게 나를 대신할 권한까지 맡겨선 안 된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심사위원이 좋은 AI 답변을 얻는 법을 묻자 “내가 원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질문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베트남의 자랑스러운 문화를 묻자 나온 답이 “아마 제가 아닐까요?”였다.
이날 결선에는 베트남 전역에서 예선을 뚫은 18명이 올랐다. 한복풍 옷부터 공주 드레스까지 차림도 제각각이었다. 발표 화면에는 사진과 그림, 애니메이션이 쉴 새 없이 바뀌었다. 참가자가 긴장해 대본을 잊고 잠시 말을 멈추면 객석에서는 재촉 대신 격려의 박수가 나왔다. 발표가 끝난 뒤에는 심사위원 질문을 알아듣고 즉석에서 자신의 생각을 한국어로 풀어내야 했다.
일반부 전공 부문 우승은 하노이대 레 득 틴(Le Duc Thinh·22)씨가 차지했다. 레씨는 AI 시대에도 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사람의 마음과 속뜻을 이해하는 일’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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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AI는 기계이기 때문에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말 속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디지털 소외 계층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유튜브와 틱톡을 통해 고령층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AI 정보를 소개해 왔다고 했다. “대학생들이 너무 거대한 것만 생각하기보다 주변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먼저 봐야 한다”고도 했다.
중·고등부에서는 박장영재고 호앙 바오 차우 학생이 수어로 인사하며 발표를 시작해 눈길을 끌었다. 청각장애 학생 봉사를 하면서 수화를 배우고 싶어졌다는 그는 여러 나라를 여행해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 가장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냐”는 심사위원 질문에는 곧바로 “엄마”라고 답했다.
일반부 비전공 무대에서는 발표 형식도 자유로웠다. 하노이2 세종학당의 응우옌 도안 풍 린씨는 하늘색 공주 드레스를 입고 요술봉까지 든 채 ‘현대판 신데렐라’를 연기했다. 이화여대 어학연수와 대한항공 승무원, 무료 한국어 교실이라는 세 가지 꿈을 동화 속 이야기처럼 풀어냈다. 호찌민2 세종학당 응우옌 티 빅 띠엔씨는 한국어 사전과 연구 노트, 나침반을 여행 가방에 넣는다는 설정으로 발표해 일반부 비전공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대회에는 대학 28곳, 중·고교 49곳, 세종학당 17곳 등 모두 94개 기관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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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해인 2022년 50곳에서 2023년 64곳, 2024년 66곳, 지난해 77곳으로 참가 기관이 계속 늘었다. 일반부 전공·비전공 우승자에게는 이화여대에서 6개월간 한국어를 공부할 기회가 주어진다.
행사 중간에는 앞선 대회 수상자들의 ‘그 후’도 영상으로 소개됐다. 2022년 수상자 하 투 호아이는 현재 삼성전자에서 통역 업무를 하고 있고, 2023년 수상자 레 투이 짱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다. 한국 방문을 계기로 유학에 대한 망설임이 줄었고 “한국은 직접 배우고 경험해볼 가치가 있는 나라”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2024년 수상자 쩐 투 떰은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통령 국빈 방문을 비롯한 외교 행사에도 참여하며 진로를 구체화했다고 했다. 지난해 수상자 응우옌 바오 찌와 응우옌 민 쩌우는 대회 부상으로 현재 이화여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실제 유학과 취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같은 날 하노이에서는 하노이 제3세종학당 개원 10주년 기념식도 열렸다. 지난 10년 동안 이곳을 거쳐 한국어를 배운 학습자는 1만2000명을 넘었다. 이날 무대에는 세종학당 수강생에서 한국어 교사가 된 응우옌 투 린씨도 올랐다.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해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지금은 다시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그는 세종학당과 자신을 가르친 교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수어로 인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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