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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에서 25일 개막하는 '하종현: 회고전' 전시장 전경. 왼쪽 벽면의 붉은색 회화는 작가가 올해 완성한 신작 'Conjunction 26-14'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
샌프란시스코 시청 맞은편인 시빅센터. 오페라하우스와 심포니홀이 나란히 있는 이 일대는 지역의 문화예술 중심지다. 그 한복판 아시아미술관(AAM) 앞에 서면 건물에 들어서기도 전 하종현의 이름이 걸린 대형 배너가 눈에 들어온다.
1970년대 30대였던 하종현은 미국 원조 식량이 담겨 한국으로 건너온 마대 자루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구호 물자로 온 마대는 반세기 만에 거장의 작품이 돼 미국 땅을 밟는다. 25일 AAM에서 '하종현: 회고전'이 열린다. 작가의 북미 첫 미술관 개인전이자, 백남준과 이우환 이후 미국 주요 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 작가 대규모 회고전이다. 22일(현지시간) 열린 언론 공개회에서 그의 전시를 살펴봤다.이번 회고전은 작가의 60여 년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다. 하종현을 단색화라는 틀에 가두지 않고 끊임없이 기존 회화의 경계를 부순 미술가로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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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에 청년 시절에 그린 초기작부터 91세가 된 올해 선보이는 신작을 포함해 50여 .이 걸린다.
전시의 입구를 장식하는 청년 하종현의 예술은 시대의 비극과 깊게 맞닿아 있다. 한국전쟁 후 황폐해진 현실 속에서 앵포르멜의 영향을 받은 그는 두꺼운 물감 표면을 불로 그을리는 등 재료와 행위를 과감하게 실험했다.
비상계엄령과 유신헌법 선포로 얼룩진 1970년대, 작가는 검열된 신문더미와 아무것도 인쇄되지 않은 백지를 같은 크기로 나란히 쌓아 올린 '대위'를 통해 언론 통제 상황을 고발했다.
작가의 시선은 가속화된 산업화와 도시 개발 현장으로도 확장된다. 그가 한국에서 최초로 시도한 기하추상 작업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도시계획백서' 연작은 강렬한 색채와 반복적 패턴으로 변화하는 도시 경관의 역동성을 담았다.
재료를 끊임없이 탐구하던 그는 마침내 대표적인 '접합' 연작을 완성하게 된다. 그는 마대 뒷면에서 앞면으로 물감을 밀어 넣는 '배압법'을 고안했고, 이는 회화의 평면성에 도전한 획기적인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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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전시는 1974년 시작된 그의 초기 '접합'부터 1980년대 물감을 밀고 누르는 힘이 화면 전체에 고루 배분돼 고요한 동양적 미감을 띠는 작품, 2010년대 '이후 접합'에 이르러서 선명하고 대담한 원색을 끌어들인 작품까지 다채롭게 선보인다.
신작 3。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부는 나무 합판을 얇은 직선 형태로 잘라 먹을 칠한 한지로 감싼 뒤 배열하고, 합판 틈마다 물감을 짜 넣고 눌러 마감하는 방식을 취했다. 또 다른 신작에서는 강렬한 붉은색을 머금은 접합을 통해 여전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구순인 작가는 지금도 조수를 두지 않고 직접 물감을 밀어내고 화면을 다듬는다. 이날 행사장에는 20여 명의 현지 기자가 참석했다. 벤 하마모토 니치베이 타임스 기자는 "2차원 사진으로만 봐도 매력이 느껴졌는데 실제로 보니 질감이 작품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이 실제로 이곳까지 와서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평생에 걸쳐 부단한 변화를 추구해온 작가는 "궁극적으로 예술에는 완성이 없다"고 강조한다. 전시는 내년 1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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