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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우 국민생명안전위원회 민간부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한국자살예방협회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2024년 한국 4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었다. 암을 제치고 40대가 자살로 가장 사망한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윤웅 기자
“이 책은 슬픔으로 시작되었다.”
백종우 국민생명안전위원회 민간부위원장(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최근 펴낸 저서 ‘죽고 싶은 사람, 살리고 싶은 사람’의 서문에서 환자 14명을 자살로 잃은 슬픔을 털어놨다. 그가 병원 진료실에만 머물지 않고 ‘죽고 싶은 사람’을 위한 정책 마련에 힘쓰는 이유도 “실제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바쁜 외래 진료 일정 속에서도 한국자살예방협회장과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 국회 자살예방포럼 자문위원장을 맡아 활동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지난 5월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은 국민생명안전위원회 민간부위원장에 임명되며 역할 하나를 더 맡았다. 위원회는 생명안전기본법에 의거해 국민의 안전권 보장과 생명존중 사회 구현을 위한 국가 정책을 심의하는 최상위 기구다. 백 부위원장은 지난 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난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오랜 소망이었던 생명안전기본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권리로 인식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법에 명시했다는 의미”라며 “고통을 당했을 때 우리 사회가 외면하지 않고 최소한의 권리를 반드시 보장하겠다는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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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내년에 마련할 5개년 생명안전종합계획에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해 그 약속이 현실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진료만으로도 바쁠 텐데 정책 자문에 나서는 이유는.
“진료실 안의 노력만으로는 자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1년부터 동료 의사들과 한국자살예방협회 활동을 시작했다.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목숨을 잃은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 김재원 서울대 교수와 함께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 교육 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를 만들었다. 자살 고위험군을 주변 사람이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확산하는 게 목표였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진료실에서 회복해도 사회로 돌아가면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았다. 의료·복지·사회서비스가 움직여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국민생명안전위원회에서는 어떤 부분을 가장 중。에 두고 있나.
“모든 분야에서 안전의 우선순위를 높이는 생명안전종합계획을 마련하려면 부처 간 의견을 조율하는 게 중요하다. 함께 방법을 찾아가되 그 과정에서 국민들, 특히 고통받은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전 부처의 보고도 듣고 핵심 과제를 좁혀나가고 있다.”
-2025년 10월 이후 자살률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어떻게 보나.
“자살 관련 통계에는 직업 정보도 빠져 있는 등 정보가 제한적이라 분석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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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추정해보면 2023년 유명 연예인 사망 이후 ‘베르테르 효과’로 2024년 상반기 자살률이 크게 증가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일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장기채무 탕감 등 경제적 지원 대책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10대 사망률은 유일하게 증가하고 있고, 심지어 2024년에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의 4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었다. 암을 제치고 40대가 자살로 가장 많이 사망한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이 계속되면서 둔감해진 측면도 있다.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가.
“2020년 1월부터 2022년 말까지 한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3만2156명이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자살로 3만9267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국에서는 연간 1만4000여명의 자살 사망자가 발생하는데, 이는 전 세계 자살 사망자 70만명의 약 2%나 된다.”
-이 대통령이 자살률 감소를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데, 대통령의 메시지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자살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어느 정부나 알고 있었지만, 대책을 시행해도 ‘과연 줄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6월 이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던진 첫 질문이 ‘자살률이 왜 이렇게 높나요’라는 것이었고, 자살을 ‘사회적 재난’이라는 관.에서 바라보며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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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자살예방을 언급하면 ‘너나 잘하라’는 식의 조롱과 비난을 받기 쉽다. 많은 부처가 협력해야 해 정책을 만드는 것도 더 어렵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자살에 대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낸 것은 위기에 빠진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시스템이 작동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 부르며 개인의 결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많은 연구에서 누가 우울증에 걸리고 누가 자살로 사망하는지에 대해 ‘누구든 겪을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특별한 사람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이 잘못된 이유는 선택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극한 상황에 내몰려 문제해결 능력이 마비된 상태에서 고통을 회피하기 위한 행동이다. 그 상태까지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이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실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복지서비스를 직권으로 신청하게 하는 변화는 긍정적이다.”
-자살예방은 사회적 불평등이나 공동체 책임에 관한 광범위한 문제다.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해야 할까.
“자살 사망자 한 명이 조직에서 발생하면 그 조직의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불필요한 비용이 아니라 오히려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안전을 위한 정책이 생명을 살릴 뿐 아니라 비용 효과적이라는 여러 근거가 있다. 검증된 정책부터 국가적으로 도입하되 현장에서 신뢰할 만한 비정부기구(NGO)와의 민관 협력도 동시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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