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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도성길의 작은 카페 /그림=손웅익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전 국토 개발 붐이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수도권의 경우를 보면 그 당시 빈 땅만 있으면 건물이 지어졌다. 작은 땅은 근생 다가구 다세대주택을 지었고, 큰 땅은 오피스텔이나 대규모 상가를 지었다. 더 큰 땅에는 아파트를 지었다.
그 시절에는 안정적인 건축주를 확보하고 있는 건축사사무소도 그렇지만 그렇지 않은 사무소에도 일이 넘쳐났다. 건축설계를 해야 할 절대 물량이 많았던 것이다. 그렇게 무자비한 개발이 진행되고 난 지금 건축업계의 현실은 크게 몇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중의 하나가 공실 문제다. 상권이 활성화된 지역 이외에는 빈 상가가 넘쳐난다. 상권이 몰락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한 번 몰락한 상권을 회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기존 상권의 몰락도 그렇지만 포화를 넘어 잉여 상가가 너무나 많아졌다. 특히 주상복합을 개발하면서 만들어진 수많은 .포를 채울 업종이 없다.
공실 문제와 더불어 아파트 미분양도 심각한 문제다. 전원주택에 대한 수요는 사라진 지 오래되었지만 수도권 이외의 아파트 미분양과 상가 공실은 설계 시장부터 건설 자재 시장까지 먹이사슬 전체를 연쇄적으로 붕괴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의 문제는 수도권에는 지금은 무얼 지으려 해도 빈 땅이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무작위로 개발이 진행되면서 손바닥만 한 땅도 남겨두지 않고 다 건물을 지어버렸다. 건축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시대에 따라 요구되는 용도가 달라진다.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건축을 지으려 해도 빈 땅이 없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지금 건축사사무소에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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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절벽에 내몰린 건축사들
이런 상황에서 현상설계공모에 수많은 건축사사무소가 매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과거에는 공공건축물도 수의계약을 많이 했지만 요즈음은 아주 소규모가 아니면 무조건 현상공모를 진행해서 설계자를 선정해야 한다. 일반적인 소규모 건축물은 국내 공모를 하지만, 규모가 크거나 주요 건축물은 대부분 국제공모를 진행한다.
이러한 현상공모는 수많은 사무소가 참여하고 단 하나의 사무소만이 당선과 함께 설계계약을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현상공모 진행에 따른 건축계 전반의 경제적 손실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특히 요즘 같은 현실에서는 젊고 유능한 건축사에게 꼭 필요한 설계 수주 방식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공모제도에 오랜 세월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공정의 문제다. 그중에 가장 심각한 것은 심사위원의 자질과 심사위원의 불공정 심사다. 요즈음은 현상공모 채.표를 공개한다. 그 채。표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심사위원을 의심할 만한 .을 발견할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A 업체에 아주 높은 .수를 준 몇 명의 심사위원들이 특히 B 업체에는 집단적으로 터무니없이 적은 。수를 주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B 업체에 높은 .수를 준 심사위원 중에 A 업체에는 아주 야박하게 .수를 주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두 가지를 의심할 수 있다.
하나는 심사위원들의 수준이 형편없다는 것이다. 건축을 평가하는 기준은 많지만 일정 수준의 심사위원이라면 세부적인 의견은 차이가 있더라도 대세는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믿음은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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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렇게 극명하게 .수가 갈리는 것은 심사위원들의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엄벌 없이는 공정도 미래도 없다
또 하나 의심이 가는 것은 특정 업체의 사전 접촉이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로비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다. 다른 분야에서는 통할지 모르지만 공정이 생명과도 같아야 할 모든 공모전에 아직도 이런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는 현실이 서글프다.
그런데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는 건축사들이 오늘도 현상공모에 희망을 걸고 밤새워 디자인에 몰두하고 있는 현실이 더 서글픈 것이다.
그러므로 공정을 해치는 심사위원의 사전 접촉이나 로비가 발각되었을 경우 해당 설계업체에 감. 정도가 아니라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현상공모의 공정이 담보될 때 우리나라 건축계의 건전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고 유능한 젊은 건축사들에게는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상설계공모=공공기관이나 건축주가 우수한 건축 설계안을 얻기 위해 둘 이상의 건축사에게 설계안을 제출받아 심사를 거쳐 당선작을 선정하는 제도다. 경쟁을 통해 창의적 디자인을 발굴하는 장.이 있으나 심사의 공정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여성경제신문 손웅익 건축사·수필가
손웅익 건축사·수필가
한양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오랜 기간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해 온 환경·생태 전시 설계 전문가로 코엑스아쿠아리움 부사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건축가의 여행스케치>, <건축가의 아침산책>, <작은집이야기> 등이 있으며, 일상에서 접하는 건축물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다. 。차 잊혀가는 마을과 도시의 풍경을 스케치와 글로 남기는 작업을 지속하며 도시의 기억을 기록하고 있다.
의 하나가 공실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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