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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모양 조형물의 가지 끄트머리에서 거품이 하나씩 나와 떨어진다. 흰 나뭇가지 끝에서 비눗방울이 하나씩 맺혀 떨어지다가 이내 사라져 버린다. A.A.무라카미의 ‘뉴 스프링(New Spring)’.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 입구에 설치된 이 작품 아래선 아이도 어른도 동심으로 돌아가 비눗방울로 손을 뻗어본다.
A.A.무라카미는 부부인 아즈사 무라카미(왼쪽)와 알렉산더 그로브스 듀오다. [사진 파라다이스시티]
A.A.무라카미의 국내 첫 개인전 ‘뉴 네이처(New Nature)’가 2월 10일까지 열린다. A.A.무라카미는 일본 출신의 아즈사 무라카미(42)와 영국 출신의 알렉산더 그로브스(43) 부부가 결성한 아티스트 듀오다. 무라카미는 건축을, 그로브스는 미술을 전공했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우즈베키스탄관에 참여했고, 미국 뉴욕의 패션 행사인 멧 갈라에서 비눗방울 드레스를 선보였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파리 퐁피두센터, 홍콩 M+ 등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이들의 전시에선 나무 모양 조형물에서 비눗방울이 나오고 [사진 파라다이스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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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선 ‘자연 이후의 자연’을 주제로 기술을 통해 자연의 생성과 변화, 소멸을 새롭게 구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높이 6.4m의 ‘가짜 나무’에서 몽글몽글 솟아나오는 비눗방울은 벚꽃놀이의 단상을 담았다. 만개한 벚꽃이 떨어져 흩날리듯 덧없음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이들은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도 찰나를 살아갈 뿐”이라고 말했다.
구름 안개가 나왔다 사라지며 [사진 파라다이스시티]
흰 나무를 지나 어두운 전시장에 들어가면 이번엔 자갈밭 위로 커다란 안개가 구름처럼 뭉쳤다가 사라진다. 이 작품 ‘비욘드 더 호라이즌(Beyond the Horizon)’에 대해 지난 1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로브스는 “밤의 고요한 정원의 달빛, 우주의 어느 바닷가에 있는 것 같은 기분, 혹은 한국의 달항아리가 주는 비우면서도 채우는 듯한 느낌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들은 일정하게 비눗방울이나 안개가 나왔다가 사라지는 장치를 개발해 이를 ‘에퍼머럴 테크(Ephemeral Tech·덧없는 기술)’라고 부른다. 기계는 반복해서 안개나 방울을 생성하지만, 어느 하나 같은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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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기 위해 나타나는 것들을 통해 관객에게 아름다움과 덧없음, 생성과 소멸의 관계를 경험하게 한다.
기계가 진흙에 그림을 그린다. [사진 파라다이스시티]
신작 ‘머드 페인팅: 천 겹의 위장(Stomach) 시리즈’는 전시장 바닥에 진흙으로 그림 그리는 기계다. 기계가 화폭 위를 천천히 움직이며 선과 무늬를 쌓아 올린다. 작가가 생물학과 유체역학 연구를 바탕으로 설계한 알고리즘에 따라서다. 시작은 아침 식탁에 오른 바지락 된장국이었다. 바지락을 하나하나 건져내던 그로브스는 껍질의 무늬가 어느 하나 같은 게 없다는 데 빠져들었다. “이후 나도 모르게 수퍼에 가면 바지락 코너에 서 있게 됐다”는 그는 “자연은 반복을 싫어한다. 일란성 쌍둥이도 지문이 다르듯 우리 눈에는 같아 보여도 자연의 패턴은 매우 넓은 스펙트럼과 다양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무라카미는 “기계가 만들지만 그 과정에선 사람이 손잡고 끌고 가야 하는 것들이 많다”며 “관객이 경험하는 순간엔 기술은 뒤에 숨어 예술만 보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트스페이스의 전시 외에 데이미언 허스트의 황금 말 ‘골든 레전드’, 구사마 야요이의 ‘거대한 호박’ 등 3000。 넘는 미술품이 호텔 곳곳에 있다. 무료.
숨어 예술만 보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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