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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발표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부터는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학습에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교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 2026.5.28
9월 22일, 우리 학교 학생 346명은 대절 버스 없이 일곱 곳으로 흩어졌다. 나는 그중 청계산 자락의 캠핑장에서 하루를 보냈다. 아이들은 자기 하루를 직접 꾸렸고, 그 하루를 떠받친 장보기와 결제와 영수증과 인원 。검은 두 담임에게 몰려 있었다.
이 글은 거기서 들고 내려온 두 문장, "엄청 즐거워요"와 "그래도 한번 겪어 보고 싶다"를 1월에 내가 국가에 요청한 세 가지 옆에 놓아 본 기록이다.
세 칸짜리 채。표
지난 1월 나는 이 지면에 세 가지를 요청했다. 교사의 합리적 주의의무 범위를 명확히 할 것, 학교안전공제회의 책임 범위를 실질적으로 확대할 것, 중대과실이 아닌 경우 형사처벌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것.
[관련 기사] 학생·학부모 92%가 원했지만, 수학여행 버스는 멈춰 섰다 https://omn.kr/2gkux
여덟 달 뒤 채。표에는 '진행 중'이 둘, 거의 빈 칸이 하나 남았다. 셋 중 하나도 '완료'를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진행 중인 둘을 먼저 보고, 빈 칸을 마지막에 본다.
ⓒ 오성훈
첫 칸부터 본다. 표에 적은 둘은 모두 '앞으로 만들겠다'는 문서다. 의원안은 표준지침을 고시하도록 근거를 놓았고, 아흐레 뒤 교육부 방안은 그 지침에 사전 예방조치와 중과실의 범위를 담겠다고 했다. 방향은 맞다. 그래서 이 칸에는 '진행 중'이 적혔다.
교사는 지침을 지켜야 면책되고, 그 지침이 다시 면책 여부를 가른다. 그런데 그 지침은 지난해 7월 제정된 교육부 고시(제2025-19호) 그대로다. 사고가 난 뒤의 상황 전파와 안전조치와 보고를 담은 문서다. 고치겠다고 한 것은 교육부이고 국회에 올라간 두 법안도 같은 곳을 가리키는데, 여덟 달 동안 방향을 가리킨 문서만 늘고 고쳐진 문서는 없다.
참고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2월에 교육청의 '2026학년도 현장체험학습 길라잡이'가 내려왔고 우리는 그대로 했다. 3편에 적은 대로 답사와 보험과 보고 체계는 갖췄다. 다만 길라잡이는 갖출 것의 목록이고, 법정에서 따지는 것은 사고 전 몇 분에 교사가 어디를 보고 있었는가다. 그 사이의 틈을 우리는 계획서 한 장으로 메웠다. 맞았는지는, 사고가 나지 않아서 확인되지 않았을 뿐이다.
셋째 칸으로 건너뛴다. 여기에도 '진행 중'이 적혔다. 앞서 본 양부남 의원안이 이 칸에도 걸쳐 있다. 지침을 다 지키지 못했더라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으면 면책한다는 조항과 교직원이 수사나 소송에 직면했을 때의 법률지원 조항을 함께 담았기 때문이다. 한 법안이 두 칸에 걸친 셈이다.
그리고 8월 3일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갔다. 그 법안이 면책 범위에 넣은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과실이나 중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와 숨지게 한 경우를 함께 규정한 조문인데, 제안 이유는 '치상'에서 멈춘다. 이 연재 1편에서 나는 형사 면책이 사망까지 포함될지 단정할 수 없다고 적었다. 발의된 조문은 거기까지 갔지만, 심사를 거친 조문에도 사망이 남아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법안은 9월 16일에야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고, 소위 심사와 법사위와 본회의가 모두 남아 있다. 연재 1편에 적었듯 법무부 협의 과정에서는 교원만 형사책임을 따로 제한하는 것이 형평에 맞느냐는 물음도 나왔다. 그 물음은 여덟 달이 지나도록 닫히지 않았다.
둘째 칸은 거의 비어 있다. 여덟 달 동안 피해 학생과 보호자 쪽에서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변화는 표에 적은 시행령 개정 하나였다. 그동안 2·3인실은 건강보험에서는 일반병실인데 학교안전공제에서는 상급병실로 잡혀, 4인실 기준까지만 나오고 차액은 다친 쪽이 물었다. 공포와 동시에 시행된 9월 15일은, 뒤에 다시 적을 서울시교육청의 현장체험학습 추경 발표와 같은 날이다.
빗나간 답이 아니다. 내가 1월에 '공제회의 책임 범위'라고 뭉뚱그려 적은 것을 제도의 언어로 옮기면 공제급여의 지급 범위이고, 이번 개정은 바로 그 범위를 넓힌 것이다. 당사자에게는 결코 작은 개선이 아니다. 다만 학교안전법 제34조가 정한 공제급여는 요양급여와 장해급여, 간병급여, 유족급여, 장례비 다섯이고, 이번에 움직인 것은 그중 요양급여 안의 병실 한 항목이었다.
이 한 항목이 어디서 왔는지도 적어 둔다. 교육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개정은 지난해 국무조정실 황당규제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제안에서 출발했다. 교원 쪽 요구가 대통령 발언과 부처 방안과 의원 발의로 이어지는 동안, 피해 학생 쪽의 유일한 진전은 규제 공모전 응모함을 거쳐 왔다. 두 칸의 속도 차이는 여기서 이미 설명된다.
왜 이 칸만 더딘지는 짐작이 간다. 면책은 조문 한 줄로 만들어지지만 공제급여 확대는 곧바로 재정 부담이 되고, 그 부담은 시도 공제회의 재정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교사 쪽에는 교원단체와 국회의원실로 이어지는 상시 통로가 있다. 학부모 쪽에 조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직 다치지 않은 학생'을 위해 공제급여 항목을 들고 국회에 올라가는 통로는 그만큼 굵지 않다. 이 칸의 당사자는 사고가 난 뒤에야 개별적으로 생겨나고, 그때는 이미 자기 사건을 다투느라 제도를 고칠 여력이 없다. 요구가 늦게 도착하는 칸이 먼저 비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적히지 않은 역할
"엄청 즐거워요"는 이 세 칸의 뒷면이다. 아이들이 그렇게 즐거웠던 하루를 떠받치는 일이 결국 두 사람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3편에서 접어 둔 질문이 있다. 규모를 줄였는데 몫은 왜 늘었을까. 답의 절반은 사람 수에 있고, 나머지 절반은 그 사람들에게 무엇을 맡겼는가에 있다.
사람 수 쪽에는 이미 답이 나와 있다. 5월 방안은 보조인력 배치 기준을 넓히고 교육지원청에 전담인력을 두겠다고 했다. 2편에 적었듯 보조인력은 숙박형에만 붙는 것이 아니다. 가을나들이 일주일 전 당일형 체험학습을 떠난 서울 번동초등학교에도 안전 보조인력 네 명이 동행했다. 9월 15일 서울시교육청은 추경 18억 원으로 보조인력과 체험버스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우리 계획은 2월에 닫혔고, 가을나들이에 붙은 외부 인력은 없었다.
나머지 절반은 사람 수로 풀리지 않는다. 사람이 몇 명 왔느냐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 무엇이 적혀 있었느냐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날 캠핑장에는 담임 두 명 말고 나를 포함해 교사가 셋 더 있었다. 셋에게 할 일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누가 무엇을 맡는지 적힌 종이는 없었다. 부탁은 입으로 오갔고, 부탁하는 쪽은 미안해하며 최소한만 말했다.
법은 이미 신분을 넓히는 쪽으로 움직였다. 지난해 개정으로 보조인력까지 면책 대상에 들어갔다. 그런데 2편에서 본 속초 판결에서 보조 인솔교사가 무죄를 받은 근거는 면책 조항이 아니라 '구체적인 안전관리 업무가 부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면책은 업무를 맡은 사람을 보호하는 장치다.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으면 보호도 추궁도 근거를 잃고, 남는 것은 사고 뒤에 기억을 더듬는 일뿐이다.
부탁으로 굴러간 일은 사고가 난 뒤에 근거가 되지 못한다. 미안해서 최소한만 부탁하는 문화가 결국 두 사람에게 전부를 몰아준다. 그리고 이것은 법 개정을 기다릴 일이 아니다. 인솔자별 업무분장을 계획 결재 단계에서 함께 붙이게 하는 것, 종이 한 장이다. 올해 그 종이를 요구하지 않고 계획서에 결재만 한 사람은 나다. 내년 계획에는 그 한 장을 붙이겠다.
채.표 밖에 남은 것들
채.표 밖에 세 가지가 남았다. 학교가 써야 할 종이 하나, 아직 아무도 쓰지 않은 종이 하나, 그리고 내가 올해 쓰지 않은 종이 하나다.
첫째는 내가 청계산에서 들고 내려온 두 문장 가운데 뒤의 것이다. "그래도 한번 겪어 보고 싶다"는 이 채.표에 올라가지 않는다. 세 칸은 모두 안전과 책임을 다룬다. 제도가 그 셋을 다 채워도, 남들이 다 한다는 경험을 나만 비켜 갔다는 감각은 채.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다른 종이에 적어야 하고, 그 종이는 학교가 쓴다. 그 종이의 첫 칸은 학기말 설문이다. 즐거웠다는 응답과 그래도 겪어 보고 싶다는 응답이 한 아이 안에 함께 있을 수 있도록 문항을 짜는 일부터가 학교의 몫이다.
둘째는 집결지까지 아이들이 혼자 오는 길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것은 채.표 밖이 아니라 반쯤 걸쳐 있다. 학교는 그 구간을 등하교와 같은 책임 영역으로 보고 계획을 세웠고, 두 담임이 안내문을 만들었다. 알아보니 그 판단 자체는 근거가 있었다. 학교안전법 시행령 제2조는 학교 밖 교육활동의 집합·해산 장소와 집 사이를 오가는 합리적 경로의 시간을 '교육활동과 관련된 시간'에 넣어 두었다. 다치면 공제급여가 나온다는 뜻이다.
다만 그 조문이 답하는 것은 둘째 칸뿐이다. 그 구간에 사고가 났을 때 인솔교사의 주의의무가 어디서 시작되는지, 아이가 집결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해 혼자 있었던 시간은 누구의 몫인지는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보상은 되는데 책임은 미정인 구간이 하루의 앞뒤에 하나씩 붙어 있는 셈이다. 이것이야말로 표준지침이 답해야 할 항목이고, 지금 고시를 준비하는 쪽에 이 한 줄을 넣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까지가 학교의 몫이다.
셋째는 지원비 산식이다. 올해 가을나들이 지원금은 학교 자체 예산으로 편성했고, 학생 1인당 일률로 책정했다. 반나절이든 온종일이든, 불을 피우는 하루든 전시실을 도는 하루든 금액이 같았다. 이것도 국회를 기다릴 일이 아니다. 내년 예산을 짤 때 우리가 고치면 된다.
세어 보면 결국 같은 자리다. 우리는 숙박이 걸린 세 프로그램을 통째로 접고 전 학년이 하루 나들이로 옮겨 앉았지만, 대절 버스 한 대를 부르지 못했다. 줄인 것은 위험이 아니라 일정이었다. 제도가 학교에 닿는 데는 최소 한 학년도가 걸린다. 9월 22일은 그 시차 안에 있던 하루였다. 요청이 늦게 도착한 것이 아니라, 학교의 한 해가 답을 기다려 주지 않았을 뿐이다.
다만 여덟 달을 세어 보고 알게 된 것이 있다. 세 칸이 다 채워져도 그날 캠핑장의 장보기와 결제와 영수증과 인원 .검은 저절로 나뉘지 않는다. 국가에 보낼 청구서를 여덟 달 동안 들여다보면서, 정작 내 책상에서 끝나는 일 하나를 나는 세지 않고 있었다.
그날 아이들은 남산으로, 청계산 자락으로, 롯데월드로 갔다. 학교는 멈추지 않았다. 거리는 짧아졌다. 그 하루에 무엇을 담을지는, 아직 우리 손에 있다.
• 수학여행 대신 캠핑한 학생들이 남긴 '두 문장' https://omn.kr/2jxay
• 버스는 '무료' 됐는데, 우리는 부를 수 없었다 https://omn.kr/2jwhq
• 수학여행 버스는 여전히 멈춰 있다 https://omn.kr/2jw4y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사 채택 후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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