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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네시주 사형수 크리스타 파이크의 사형 집행 실패 사건을 재구성한 이미지. 실제 인물 및 현장 사진이 아닌 AI 생성 이미지.
미국 테네시주 사형수 크리스타 파이크(50)가 사형 집행용 약물인 펜토바르비탈을 두 차례 투여받고도 살아남은 가운데, 약물이 혈관 밖으로 새면서 치사량이 혈류에 도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집행 과정에서 파이크는 “팔이 타는 것 같고 터질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이후 정맥주사 부위 주변에는 물집과 화상 증상이 나타났다. 의료 전문가들은 약물이 혈관이 아닌 주변 조직으로 새는 ‘정맥주사 침윤(IV infiltration)’이 일어났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마취통증의학 전문가들을 인용해 파이크가 치사 약물을 투여받고도 생존한 원인을 분석했다. 파이크는 현재 위중한 상태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변호인 측은 밝혔다.
● 최소 7차례 정맥 확보 시도…약물은 어디로 갔나
파이크의 변호인에 따르면 사형 집행팀은 약물을 투여할 정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왼팔에서만 최소 7개의 바늘을 사용해 정맥 확보를 시도했으며, 실패한 뒤 뽑아낸 바늘 가운데 하나는 휘어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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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크는 평소에도 채혈할 때 정맥을 찾기 어려웠으며, 이런 문제를 더 심하게 할 수 있는 혈액 질환도 있다고 변호인 측은 설명했다. 사형 집행 당시에는 파이크 자신이 직원들에게 팔 위쪽 등 정맥을 찾을 만한 위치를 알려주기도 했다.
약물 투여 뒤에는 이상 신호가 나타났다. 현장을 지켜본 언론인들에 따르면 파이크는 팔의 한 부분이 타는 듯하고 터질 것 같다며 이런 느낌이 정상인지 물었다.
의료 전문가들은 이 통증에 주목했다. 정맥에 삽입한 카테터가 제 위치에 있지 않거나 혈관이 손상되면 주입한 약물이 혈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주변 조직으로 샐 수 있다. 이를 ‘정맥주사 침윤’이라고 한다.
마크 히스 컬럼비아대 어빙메디컬센터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NYT에 파이크가 호소한 팔의 통증이 정맥주사 침윤을 의심할 만한 강한 경고 신호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면 파이크가 살아남은 이유도 설명할 수 있다. 펜토바르비탈이 혈관 밖으로 상당량 샜다면 혈중 약물 농도가 호흡을 멈추게 할 수준까지 올라가지 못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혈관 밖으로 샌 펜토바르비탈, 몸에서는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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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토바르비탈은 중추신경계 활동을 억제하는 바르비투르산계 약물이다. 많은 양이 혈류로 들어가면 뇌의 활동을 억제하고 호흡 기능을 떨어뜨려 호흡 정지와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약물이 혈관 밖으로 새면 상황이 달라진다. 펜토바르비탈 주사액은 강한 알칼리성을 띤다. 미국 의약품 정보에는 혈관 밖으로 약물이 새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하며, 주변 조직으로 유출되면 조직 손상이나 괴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파이크의 의료기록을 사전에 검토한 조엘 지보트 에모리대 의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NYT에 “강한 알칼리성 용액이 팔로 새어 들어간 것”이라며 “조직에 표백제를 주입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파이크의 변호인 측이 집행 이후 주사 부위 주변에 물집과 화상 증상이 나타났다고 밝힌 것도 이런 가능성과 맞닿아 있다.
지보트 교수는 파이크의 정맥이 작고 약해 침윤에 취약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만 그는 실제 집행 현장을 직접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맥주사 침윤이 실제로 발생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약물 자체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에서는 펜토바르비탈 주요 제조업체들이 자사 약물을 사형 집행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공급을 제한해왔다. 이에 일부 주에서는 조제약국 등을 통해 사형 집행용 약물을 확보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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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보트 교수는 이번에 사용된 펜토바르비탈이 제대로 조제되지 않았거나 변질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NYT에 말했다. 현재까지 약물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테네시 교정당국은 집행 이후 “법무장관실이 승인한 합법적이고 확립된 사형 집행 절차의 모든 단계를 따랐다”며 사형 집행에 사용한 약물도 그동안 지속적으로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약물 투여가 왜 파이크의 사망으로 이어지지 않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빌 리 테네시 주지사는 사형 집행 실패 이후 제3자가 참여하는 전면적인 조사를 지시하고 올해 남은 사형 집행을 중단했다.
테네시의 사형 집행 규정은 펜토바르비탈 1차 투여 뒤 사망하지 않을 경우 예비 투여분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두 번째 투여 뒤에도 사망하지 않을 경우의 추가 절차는 두고 있지 않다. 교정당국은 “프로토콜은 이날 시행한 조치 이상의 추가 절차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파이크의 변호인들은 현재 파이크가 위중한 상태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살아남았다고 해서 위험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치명적이지 않은 양의 펜토바르비탈에 장시간 노출돼 호흡이나 혈액순환이 심하게 억제됐다면 뇌에 산소 공급이 부족해져 영구적인 손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혈관 밖으로 샌 약물도 조직에 심각한 손상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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