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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는 지난 1년간 보기 드문 상승장을 경험했다. 지난해 6월 말 3000포인트를 조금 넘었던 코스피가 올해 6월에는 장중 9385포인트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시장의 성적표를 보는 투자자들의 마음은 마냥 개운하지 않다. 지수는 크게 올랐는데 내 계좌의 수익률은 생각만큼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이 좋아 보일수록 자산을 한국에만 모아도 괜찮은지 생각해야 한다.
이번 상승의 중심에는 미국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이 있다. 2022년 등장한 챗GPT는 인공지능(AI)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제 빅테크는 AI는 서비스를 하나 더 만드는 수준을 넘어, 뒤처지면 기존 사업의 경쟁력까지 잃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이들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대규모 메모리 수요도 생겨났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세계적인 메모리업체는 그대로 수혜를 받기 시작했다. 미국의 AI 투자 확대에 따른 혜택이 한국 증시에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면서 국내 몇 종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외국인은 왜 국내 주식을 팔았을까
그런데 이처럼 좋은 흐름을 보고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내내 한국 주식을 순매도했다. 왜 메모리 호황 속에서 팔았을까? 메모리 업황이 꺾인다고 판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가가 급등하면 처음에는 적절했던 한국 주식, 또는 특정 반도체 종목의 비중이 포트폴리오 안에서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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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때 일부를 파는 것은 투자 판단이 바뀐 것이 아니라 특정 종목 비중 증가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 선택이다. 실제로 지속적인 매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오히려 증가했다. 외국인 매도세보다 주가 상승세가 더 빨랐던 것이다. 즉 외국인이 팔았다는 사실만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확신을 모두 버렸다고 볼 수는 없다.
물론 외국인의 매도 이유를 비중 조정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AI 투자에 쓴 돈이 언제 이익으로 돌아올지, 메모리 가격 상승이 얼마나 지속될지 걱정한 투자자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배울 .은 외국인이 언제 팔았느냐보다, 좋은 전망을 가졌더라도 보유 규모를 다시 .검해야 한다는 태도다. 한국 시장에 대한 확신과 자산을 한국에 올인하는 일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반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이 달아오를수록 이미 많이 오른 종목을 더 사는 경향이 컸다. 주변에서 큰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기다리는 것이 손해처럼 느껴진다. AI 덕분에 큰 메모리 사이클이 온다는 전망이 맞더라도, 자산 전부를 특정 종목에 건다면 다른 문제다. 지수가 오를 때는 수익이 빠르게 늘겠지만, 같은 이유로 지수가 꺾일 때는 손실도 커진다. 외국인은 모두 잘 팔고 개인은 모두 고.에 물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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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매수 시.과 집중 정도에 따라 같은 강세장을 겪은 사람들의 결과가 크게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코스피는 6월 고。 이후 7월 말까지 약 40% 급락했다가 최근 7000포인트 안팎으로 반등했다. 7000이라는 숫자는 지난해부터 보유한 사람에게는 여전히 큰 수익일 수 있다. 그러나 높은 가격에 새로 들어온 투자자에게는 아직 회복하지 못한 손실이다. 한국 시장에 집중한 계좌일수록 이 하락을 더욱 고통스럽게 경험했을 것이다. 지수는 모두에게 같은 숫자로 보이지만, 계좌는 각자의 매수 가격과 비중에 따라 다른 수익으로 남는다.
투자에서는 시장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 그러나 판단이 맞았다고 해서 계좌의 성과까지 보장되지는 않는다. 기업 실적이 좋아져도 주가가 그 기대를 먼저 반영했을 수 있고, 장기 전망이 옳아도 그 사이 감당하기 어려운 하락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투자 논리와 함께 어느 정도 비중으로 담을 것인가를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미국에 분산해야 하는 이유
만약 한국 증시가 뜨거울 때 일부를 미국 시장에 분산했다면 어땠을까?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이 조금 더뎠을 수 있다. 대신 한국 반도체주가 함께 급락할 때 계좌 전체의 충격은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 같은 AI 관련주라고 하더라도 미국 시장에는 메모리뿐만 아니라 GPU와 CPU, 네트워크, 전력기기 등 보다 광범위하게 분포된 종목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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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의 성장성을 누리면서 미국에 분산투자하면 한 나라, 특정 종목에 성과가 매달리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지금 손실을 보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 반도체의 전망이 여전히 좋다고 생각한다면 전부 팔 이유는 없다. 여전히 한국의 특정 종목에 올인하듯이 투자하고 있다면 다시 한번 고민해 보자. 물론 한국 시장은 반등세를 이어갈 수도 있고, 생각보다 손실 회복이 빨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혹시라도 반등세가 약해지고, 전고。을 회복하는 데 몇 달이 아니고 몇 년이 걸린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일부를 미국 시장으로 옮겨보자. 미국 시장의 장.은 꾸준하다는 데 있다. 미국의 S&P500 지수는 지난 30년 동안 연간 10% 이상의 수익을 안겨주었다. 미국 시장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우수한 장기 성과를 경험했다.
특정 종목에 얽매여서 승부하듯이 투자할 필요 없다. 여전히 좋아 보이면 일부를 그대로 가져가되, 나머지 일부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라도 미국 시장으로 분산투자해보자. 급하게 가다가 손실이 난 상황이라면, 또다시 서두르는 실수를 범하지 말자. 한국에 집중된 자산을 안정적인 미국 시장으로 조금씩 분산하고 꾸준히 회복하도록 해보자.
이번 강세장이 가르쳐 준 교훈도 거기에 있다. 좋은 종목을 알아보는 눈만큼, 그 종목을 과도하지 않고 적절한 비중으로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좀 더 안정적인 시장에 분산투자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임성호 아크미스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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