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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말 ‘챗지피티(ChatGPT) 3.5’가 출시된 이후 인공지능(AI)은 갑자기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 됐다. 사람보다 똑똑해진 인공지능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들으며 인류는 한편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환호하고, 다른 한편으로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경제학자를 포함한 낙관주의자들은 AI가 지식노동을 대체하고 노동생산성을 크게 높여 경제성장을 촉진할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비관주의자들은 AI 발전이 대량실업을 낳을 지도 모르고 불평등을 심화시켜 ‘디스토피아’(암울한 미래)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비판한다. 나아가 최근에는 AI가 스스로 발전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면 커다란 위험이 될 수 있으니 AI의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과연 AI는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 것인가? 이는 아마도 우리 시대가 대답해야 할 가장 어려운 질문 중 하나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먼저 AI가 과연 현재 경제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AI 투자주도 경제성장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AI가 미래에 생산성 상승과 경제성장을 크게 촉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들이 여럿 제시됐다. 과연 그런 장밋빛 미래가 올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우리는 우선 현재 상황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현재 AI는 과연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있는가? 그 대답은 ‘예스(Yes) 앤 노(No)’다.
먼저 긍정적인 면은 현재 AI 호황이 성장률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미국을 보면, 2026년 1분기 연율 환산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1%, 그리고 2분기는 1.5%였다. 그런데 미국의 최근 경제성장에서 특히 흥미로운 .은 AI 관련 투자가 매우 중요해졌다는 .이다.
지난 2025년 9월 하버드대학의 제이슨 퍼먼 교수는 그해 상반기 미국 경제성장의 92%가 AI 관련 투자 때문이었고, 그 부분을 빼면 성장률이 0.1%로 매우 낮았다고 지적해 큰 주목을 받았다. AI를 뺀 다른 부문은 정체했지만 AI 투자 덕분에 경제가 성장했다는 이야기였다. 이는 당시 미국 실질GDP 증가분의 대부분을 AI와 연관된 정보처리설비나 소프트웨어 투자의 확대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6년 상반기 미국의 경제성장도 빅테크기업의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기업의 투자 증가가 주도했다. 그의 방식과 비슷하게 계산해 보면 정보기기나 소프트웨어 투자 증가가 GDP 증가의 69%를 차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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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러한 투자 전체가 AI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고 미국은 정보기기의 수입이 수출보다 크기 때문에 그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가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AI 관련 투자가 미국의 경제성장에 현재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존재하는데, 최근 제이피모건 등 여러 보고는 경제성장에 AI 관련 투자의 기여도가 높아져 ‘약 3분의 1에서 절반’에 이른다고 지적한다.
AI 투자의 경제 성장 효과. 제이피 모건(JP Morgan) 자료
최근 ‘AI 붐’을 배경으로 반도체산업 주도의 호황에 들어선 한국경제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지난 2분기 실질GDP 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3.7%, 명목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무려 26%였는데 이는 반도체 수출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163% 늘었고, 수출은 48%, 그리고 무역수지 흑자는 약 5배나 증가했다. 전체 경제성장에 순수출이 기여하는 비중이 1분기에 약 47%, 2분기에 약 43%나 되었다. 결국 미국과 한국에서 볼 수 있듯, AI 호황은 관련 투자와 수출의 확대를 통해 GDP를 높이고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성장의 촉진은 AI와 반도체 같은 관련 산업 비중이 큰 국가에 한정되며, 앞으로 AI 버블이 터지거나 업황이 나빠지면 성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에 주의해야 한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도 지적하듯 AI 관련 투자는 철도와 같은 과거의 신기술에 비해서도 그 규모가 급속히 커져 상당 부분이 수익성을 내기 어려운 과잉투자라는 의견도 나온다. 아래 그림이 보여주듯 브루킹스연구소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최근의 한 연구는 미국에서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2025-32년까지 연간 GDP의 3.6%에 달해 과거 어떤 인프라 투자보다 규모가 크다고 보고한다.
연간 AI인프라 투자 규모
그렇다면 당장 이 거대한 AI 관련 투자가 지속 가능할지가 의문으로 제기된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지는 오픈AI와 같은 AI 서비스 기업들의 매출과 수익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급증한 AI 관련 투자를 정당화할 만큼 그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고 지적한다. 또한 앞서 언급한 연구에 따르면, 5대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은 2026년에 영업현금 흐름보다 자본지출이 훨씬 커져서 부채나 외부 투자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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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리스(lease)를 포함해, 데이터센터의 중층화되고 복잡한 금융구조는 테크 기업의 대차대조표에 나타나지 않으며 상당한 위험도 수반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과거 역사를 보면 혁신적인 신기술은 장기적으로는 성장으로 이어졌지만, 그 과정에서 언제나 과잉투자나 버블을 동반하며 버블이 붕괴하면 경제가 위기를 겪기도 했다. AI 투자가 주도하는 현재의 상황에서도 그러한 경기변동이 얼마나 심각하게 나타날 것인지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생산성 상승 효과는 어디에 있는가
그러나 최근 AI 관련 투자 증가로 인한 경제성장은 AI를 찬양하는 낙관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경로와 다르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흔히 거론되는 경제성장에 관한 장밋빛 미래는, AI가 인간의 정신노동을 대체해 동일한 노동으로 더 많은 생산을 해냄으로써 노동생산성(GDP/노동시간)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특히 AI는 GDP 증가분에서 노동투입과 자본투입의 증가분을 뺀 순수한 기술적, 조직적 생산성을 나타내는 ‘총요소생산성’(TFP·total factor productivity growth)의 상승을 촉진할 것이라고 기대된다. 실제로 고객서비스나 소프트웨어 개발 등 기업의 작업장 차원에서 실시된 몇몇 실험 연구들은 미시적으로 챗지피티와 같은 생성형 AI의 사용이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였다고 보고한다.
하지만 과연 최근 AI 기술의 발전이 실제로 경제 전체의 생산성 상승을 촉진하고 있을까? 유감스럽지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직 부정적이다. 먼저 아래 그래프가 보여주듯 미국경제 전체의 총요소생산성 장기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생성형 AI가 보급된 2023년 이전과 이후에 총요소생산성 상승률이 더 높아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 팬데믹 이후에는 가동률을 조정한 총요소생산성 상승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기술 혁신과 관계 없이 경기회복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매출이 증가해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미국의 총요소생산성 상승률 변화. 샌프란시스코 연준 자료
지난 7월 영국의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보고서는 AI 기술의 도입이 기업과 가구에서 。진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그로 인한 구조적인 생산성 상승의 증거는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는 팬데믹 이후의 일시적 총요소생산성 상승은 가동률의 상승과 관련이 크며, 여러 실증분석을 통해 AI 기술에 더 많이 노출된 산업에서 생산성이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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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론자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르지만 다른 연구들도 비슷한 결론을 제시한다.
지난 7월 발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연구를 보면, 2024년 이후 AI 관련 투자는 증가했지만 전반적으로 노동생산성 상승이 촉진되지는 않았다. 이 연구는 특히 정보기술이나 금융처럼 AI 노출도가 높은 산업이나 유틸리티나 건설과 같이 노출도가 낮은 산업 모두 시간에 따른 노동생산성의 추세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보고한다. 물론 저자들은 최근에 산업별로 그 차이가 약간 커지고 있어서 앞으로의 변화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AI 노출도가 서로 다른 산업별 노동생산성 상승률. Board of Governors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 자료
결국 AI가 개별 직무 차원에서 생산성 효과를 내고 있더라도, 아직은 그것이 경제 전체의 생산성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연준은 그 이유에 대해, 미시 수준의 연구들은 주로 직무 단위의 생산성을 측정하지만, 현실에서는 조정 비용이나 생산 공정상의 병목 등으로 인해 그 효과가 기업 전체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컴퓨터와 같은 정보기술도 생산성을 크게 상승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현실에서 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경제성장론의 대가 솔로우 교수는 1987년, “우리는 컴퓨터 시대를 어디에서든 볼 수 있지만, 생산성 통계에서는 볼 수 없다”고 쓰기도 했다.
그렇다면 AI도 그와 비슷할 것인가? 물론 실망하기는 아직 이르다. 여러 연구들은 AI가 앞으로 커다란 성장효과를 가져다줄 수도 있을 것이라 전망하며, 경제학계 내에서도 논쟁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서는 AI의 경제성장 효과에 관해 현재가 아닌 미래 상황을 중심으로 전망해보자.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이강국의 경제 지평: 갈라진 세계를 넘어 연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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