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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주일 정오 무렵마다 교회 일대는 커다란 주차장으로 변하곤 했다. 예배를 마친 뒤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차들이 대로로 이어지는 길목을 꽉 막은 탓이다. 기다리다 지친 동네 차량과 배달 차량이 안내를 무시하고 골목으로 역주행하다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도 적지 않았다. 차량이 모두 빠져나가는 데는 15~20분, 성찬식이 있어 예배가 길어지는 날엔 25분까지 걸렸다. 지금은 그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변화의 주인공은 서울 강남구 충현교회(한규삼 목사). 아이디어는 교회 예배위원회 차량안내부(부장 최창하 장로)에서 제안했다. 교인과 이웃 사이에서 차를 안내해야 했던 최창하 장로는 “교회에 직접 항의가 들어오는 일은 드물었지만, 막힌 골목을 지나던 주민들이 짜증을 내거나 언성을 높이는 일이 꽤 있었다”고 기억했다. 차량안내부의 제안으로 지난 5월 주차장 운영 방식부터 바꾼 교회는 두 달 뒤 숫자 세 개를 내걸고 한 가지 운동을 시작했다. 이른바 ‘5-3-1 캠페인’이다.
내용은 이렇다. 교회에서 반경 5㎞ 안에 사는 교인은 대중교통을 타고, 차를 가져와야 한다면 3명 이상 함께 타고, 매달 1번 이상은 교회 밖 주차장을 이용하자는 것. 셋 가운데 형편에 맞는 하나만 골라도 된다. 매달 서너 교구가 돌아가며 참여를 맡고, 인증사진이나 순장 보고로 참여 여부를 확인한다. 참여한 교인에겐 주로 교회 카페의 커피 쿠폰을 증정한다.
교회의 5-3-1 실험
충현교회 차량안내부 봉사자들이 서울 강남구의 교회 앞에서 주차 안내를 하고 있다. 교회 제공
5-3-1 캠페인의 목표는 교회로 오는 차 자체를 ‘줄이는 일’이다. 캠페인이 시작된 7월부터 두 달 동안 연인원 322명, 차량 115대가 동참했다. 성도들이 가장 많이 택한 참여 방법은 카풀(74대·64%)로, 주로 가족끼리 함께 타고 왔다. 대중교통 이용이 29대(25%), 외부 주차장 이용이 12대(10%)로 뒤를 이었다.
캠페인은 연착륙 중이지만 과제는 남아 있다
백경
. 정규 주차면 614면, 통로까지 채워도 1100여대인 주차장에 주일 하루 누적 2700여대가 드나드는 상황이다. 멀리서 오는 교인이 많은 광역교회인 데다 고령 교인도 많아 대중교통을 마냥 권할 수도 없다. 최 장로는 “대중교통으로 오시는 은퇴 장로님 내외분 가운데 무릎이 불편해 절뚝이며 오가시는 분을 뵐 때면 안쓰럽고 죄송하다”고 했다.
대신 그만큼 직분자들이 캠페인 참여에 앞장서고 있다. 당회원들은 주일 주차가 허용되는 인근 대로변이나 이웃 빌딩 직장 신우회와 나눠 쓰는 공간에 차를 댄다. 아예 차를 가져오지 않는 직분자들도 적지 않다. 최 장로는 이웃 동네 장로와 카풀로 교회에 온다.
출차는 빠르게, 예배는 나눠서
서울 강남구 충현교회가 교회 앞에 세운 주차 표지판. 지상 주차장은 주일 오전 8시30분 이후에만 열고, 1시간 이상 머무는 차는 지하주차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교회 제공
주차장을 빨리 비울 고민도 했다. 충현교회는 지난 5월부터 지상주차장을 주일 오전 8시30분 이후에만 열고, 예배가 끝난 뒤엔 곧바로 차를 빼도록 하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오후 찬양예배까지 머무는 봉사자들의 차는 지하주차장으로 안내한다.
교회 일대에서 대로로 빠지는 차량 흐름도 살폈다. 모범택시 기사 2명을 고용해 논현로 신호에 맞춰 교회 차들이 빠져나가도록 돕게 한 것이다. 차량안내부에 따르면 예배 뒤 15~20분씩 차가 엉키던 교회 앞 골목은 이제 10분 안팎이면 숨통이 트인다.
예배 시간을 나눠 주차 문제를 풀어 가는 교회도 있다. 충북 청주상당교회(안광복 목사)다. 교회는 항존직에게 1부 예배를 권했고, 지금은 주일에 교회에서 섬기는 항존직 대부분이 1부 예배를 드린다. 항존직을 은퇴한 교인 사이에서도 예배 시간을 1부로 옮겨 오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주차장에서도 직분자들이 먼저 자리를 내줬다. 당회원과 교역자, 교직원, 성가대는 혼잡한 구역을 피해 차를 대고, 장애인과 노약자, 새가족을 위한 자리는 따로 정해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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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부터 차량 등록제를 운영해 온 교회는 등록 차량이 늘면서 혼잡이 풀리지 않자 차량 10부제와 ‘1가정 1대 주차 운동’도 더했다.
제도를 떠받친 건 담임목사의 권면이었다. 안광복 목사는 강단에서 꾸준히 주차 문제를 꺼내며 교인들의 협조를 청했다. 안 목사는 “주차 문제를 교회의 공동체성 안에서 풀어내는 일들이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빈 주차장 내주고, 빌리고
충북 청주상당교회 주차장 입구에 붙은 안내문. 교회는 주일엔 등록 차량 중심으로 주차장을 운영하고, 평일엔 이웃에게 개방하고 있다. 교회 제공
서로 비는 시간에 맞춰 주차장을 맞바꿔 쓰는 방법도 있다. 서울 마포구 서현교회(이상화 목사)가 주일 주차 자리를 얻은 방식이다. 교회는 5년 전부터 예식이 있는 토요일마다 교회 주차장을 이웃 웨딩홀 하객들에게 내줬다. 토요일 하객 차량을 다 받지 못하던 웨딩홀을 위해 이웃으로서 할 수 있는 작은 배려였다.
배려는 교회가 주일 주차난으로 고민하던 지난해 초 되돌아왔다. 토요일엔 교회가, 주일 오전엔 웨딩홀이 서로를 돕자는 이야기가 오간 것이다. 지금 교인들은 웨딩홀이 쓰는 인근 H스퀘어 주차장을 주일 예배 때 2시간 동안 무료로 사용한다.
교인들도 자기 자리를 내놨다. 교회 근처에 사업장을 두고 있거나 거주 중인 교인들이 주일마다 15면가량을 내준다. 이런 식으로 교회 밖에서 마련한 주차 공간만 70면 정도다. 예전엔 본당 옆 좁은 경사로에 차를 대는 교인이 있어 주민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곳에 차를 대지 않아 관련 민원도 거의 없다. 이상화 목사는 “교회가 먼저 이웃의 요청에 응답할 때, 이웃도 교회의 필요에 마음을 열어 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청주상당교회 역시 주일을 제외한 모든 날 교회 주차장을 이웃에게 개방한다. 인근 대형마트 이용객이든 동네 주민이든 누구나 차를 댈 수 있다.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을 지낸 윤종장 서울시립대(교통공학) 초빙교수는 작은 교회도 이웃과 서로 비는 시간에 주차장을 맞바꿔 쓸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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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거주자우선주차 구역을 주일 낮에만 교회가 쓰는 대신 평일 밤엔 교회 주차장을 주민에게 여는 식이다. 인근 학교에 장학금 등을 기여하고 주말 아침 주차면을 확보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그는 “중요한 건 교회가 먼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공공기관이나 주민들도 반응할 수 있다는 。”이라며 “교회는 문을 열어 주지 않으면서 주민들한테만 주차공간을 빌려 달라고 요구하면 서로 얘기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차장보다 마음 넓히기
AI를 활용해 제작한 그래픽. 김태현 tBD건축사사무소 대표 감수
전문가들은 교회 주차장을 늘리는 게 정답은 아니라고 했다. 공간을 넓히면 주차난이 풀릴 것 같지만, 늘어난 공간이 새 수요를 일으킬 수 있어서다. 윤 교수는 “교통 인프라는 산술급수적으로 늘지만, 교통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차면을 일정 부분 늘려갈 수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건 차를 덜 가져오게끔 하는 수요 관리”라고 덧붙였다.
김태현 tBD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차선을 넓힌 도로엔 더 많은 차가 몰리고, 쓰레기통을 늘린 도시는 더 더러워진다”며 “주차장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교회 주차장을 두고는 “시커멓고 어둡고 냄새나는 주차장으로만 쓰는 건 공간적인 낭비”라며 “차만 들어가는 주차장에서 벗어나 지역사회가 함께 쓸 수 있는 공간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차난을 풀 때는 규칙보다 교인들의 자발적 실천이 먼저라는 게 김 대표의 조언이다. 그는 “크리스천은 남들보다 굿윌(선의)을 더 가진 이들”이라며 “무작정 ‘차를 가져오지 마라’ 하기보다 스스로 결정하게 하면 서로 선의의 눈치를 보는 문화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서현교회 교인들도 처음부터 선뜻 나선 건 아니었다. “교회에 오는데 왜 멀리 주차해야 하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한데 이제 교인들은 한 걸음 더 걷는 일을 이웃과 새가족을 위한 섬김으로 받아들인다. 이 목사는 “주차장에서 비워 둔 한 자리가 처음 교회에 오는 누군가에게는 환대의 첫인상이 된다”며 “주차는 예배 전에 드리는 첫 번째 섬김”이라고 전했다.
은퇴 장로님 내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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