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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면서 언론인, 활동가였던 조지 오웰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다양한 평가가 존재한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사회적으로 정해진 틀을 넘어서서 사고하려고 한 사람이라는 .은 인정할 수 있다. 그가 남긴 많은 책들 중에서 비교적 초기작인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1930년대 영국 북부 산업지역에서 목격한 것을 르포한 내용이 책의 1부와 앞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당시는 대공황의 충격이 이어지고 있는 때였는데, 오웰은 실업과 빈곤 문제가 심각했던 영국 북부의 탄광지대를 직접 돌아다니며 노동자들과 생활하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 제목으로 삼은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실제 존재하는 장소로 간다는 의미라기보다 영국 사회의 가장 밑바닥으로 내려가서 겪은 경험을 뜻한다.
오웰은 노동자들의 열악하고 참담한 노동 환경, 임금 수준, 주거 환경, 실업이 낳은 고통, 식생활 등을 자세하고 생생하게 묘사하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자신과 같은 보통의 중산층 시민들이 이런 것을 얼마나 보지 못해 왔는지도 자기성찰적으로 지적한다. '석탄을 사용하지만 석탄을 캐는 사람들의 존재와 삶은 보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책의 2부와 뒷부분으로 넘어가면서 오웰이 바라보는 방향은 크게 달라진다. 오웰은 "내가 그곳[북부 탄광지대]에 갔던 것은 ... 사회주의에 접근하는 방편의 일환으로 내게 필요한 것이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부터 그는 사회주의 운동과 조직에 대해서 비판적 검토를 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밝혀 나간다.
오웰의 문제의식은 '이토록 열악하고 비참한 노동자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사회주의가 필요한데, 왜 사회주의 운동과 조직은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가?'라는 것에 있다. 그것은 사회주의적 이상이 직면한 어려움과 돌파구에 대한 고민들이었고, 이것이 사실 이 책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도 이것이다.
당시 영국에서는 독립노동당(ILP), 영국 공산당(CPGB) 등의 진보 좌파 정당들이 존재했다. 그들은 영국 노동당과 선을 그으면서 자신들의 독자성과 선명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들은 영국 노동자들 다수의 관심과 지지에서 멀어져서 갈수록 세력이 약해지면서도 서로 간에도 협력보다는 다투는 일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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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에 반대편에서는 파시즘이 성장하고 있었다.
이것은 오늘날 한국의 정치 현실과도 비슷한 。이 있다. 민주당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자신들의 독자성과 선명성을 강조하는 진보 정당과 좌파 정당들이 있지만, 스스로 '대변하겠다'는 노동자들의 관심과 지지를 크게 모으지 못하고 있다. 서로 갈라져 있고 갈등의 골은 메워지지 못하고 있다. 물론 100여 년 전의 영국과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여러 차이。들도 결코 빼놓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오웰의 고민들은 시대를 넘어서 울림을 주는 면이 있다.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비슷한 문제를 돌아보게 하고 영감을 준다. 먼저 오웰은 사회주의가 왜 대중적 기반을 잃고 오히려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한다. 그가 지적하는 것은 사회주의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탓하기보다 왜 그런 거부감이 생기게 됐는지 듣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관심을 두는 것은 사회주의가 마땅히 지반을 얻어야 할 바로 그곳에서 지반을 잃는다는 사실이다... 틀림없이 이것은 주로 선전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현재 우리에게 제시된 사회주의 형태에 무언가 본질적으로 혐오스러운 것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떼 지어 사회주의를 옹호해야 마땅할 바로 그런 사람들을 쫓아버리는 것이다."
"이런 시.에서 절박하게 필요한 것은 사회주의가 왜 그 매력을 잃게 되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사회주의에 대한 현재의 혐오감을 우둔함의 산물이라거나 퇴폐적인 동기에서 오는 것이라고 여기며 그것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당신이 그 혐오감을 제거하고 싶다면, 반드시 그것을 알아야 한다. 그 말은 사회주의에 반대하는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의 견해를 공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사회주의적 가치를 지향한다고 주장하는 진보 정당이나 좌파 조직의 활동가들이 귀담아들을 만한 충고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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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보기에 주요한 문제. 중 하나는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사회주의를 대중적 운동이 아니라 '소수의 똑똑하고 배운 사람들이 다수의 사람들을 위해 위로부터 전달하는 그 무엇'으로 생각하는 것에 있다.
"사실은 수많은 자칭 사회주의자들에게는 혁명이란 자신들이 동료로 삼고 싶어 하는 대중들의 운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라는 영악한 존재들이 '그들'이라는 낮은 계급 사람들에게 부과하는 일련의 개혁을 뜻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마르크스주의자'를 자처하던 노동자운동연구소 한지원 연구실장이 2023년에 윤석열 지지자로 변신하며 "엘리트의 책무"를 말하던 장면은 이런 식의 사회주의관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줬다. 그래서 오웰은 사회주의자들이 자기들끼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와 개념을 쓰며 무엇이 진정한 '정통'인지 다투는 식의 방식에 큰 거부감을 보인다.
"처음으로 런던에서 독립노동당의 지부 모임에 참석했을 때 느꼈던 공포 분위기가 생각난다... 공산주의자들의 특수 용어는 수학 교재가 그런 것처럼 일반 언어에서 동떨어져 있다... 공산주의와 로마 가톨릭 간에 한 가지 유사。은 오로지 '교육받은' 자만이 완전한 정통파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들이 진정한 '정통'이라고 주장하는 사회주의자들은 계속해서, 생각이 다르거나 '정통'에서 어긋난다고 자신들이 판단한 누군가를 찾아내 '개량', '이단', '배신자'라고 딱지를 붙인다. 그리고 공통의 과제를 위한 연대와 협력도 거부하고 배제한다. 이런 풍토에 대해서도 조지 오웰은 크게 한탄하며 냉소한다.
"우리는 마음가짐이 서로 다른 모든 좌파 인사들이 서로 다른 .을 털어버리고 함께 뭉치는 것이 절박하게 요구되는 시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정통 마르크스주의자의 대부분은 이 정의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그저 마지못해서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때로 이런 사람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을 때, 그보다 더 그들의 책을 읽을 때, 나는 사회주의 운동 전체는 그들에게 일종의 신나는 이단 사냥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결국 그는 사회주의의 핵심은 어렵고 복잡한 이론과 교리나, 조직 간의 영역과 노선 다툼이 아니라 그 이상주의에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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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침략 전쟁과 기후 위기 속에서 온갖 불평등, 부조리, 불의를 만들어내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말로 정의롭고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향해 고동치는 심장, 그것을 다시 되찾아야 한다는 조지 오웰의 주장은 매우 인상적이다.
"우리는 그 이상을 거의 완전히 잊었다. 그것은 공론가가 유식한 척하는 것, 당의 시시한 싸움, 그리고 설익은 '진보주의'의 켜 밑에 묻혀 왔다. 마치 오물의 산더미 밑에 감추어진 다이아몬드처럼 될 때까지 말이다. 사회주의자의 임무는 그것을 다시 캐내는 것이다. 정의와 자유! 이것이야말로 세계 전역에 나팔 소리처럼 울려 퍼져야 할 말들이다."
스페인 내전 중 반정부군을 열병하고 있는 프랑코 총통.
이러한 오웰의 지적과 주장들은 그가 스스로 노동당보다 더 급진적인 사회주의를 표방한 독립노동당(ILP)과 함께 활동하거나 당원으로 있으면서 경험을 통한 내부적 비판과 성찰 속에서 나왔기에 더 통렬하고 날카롭게 다가온다. 물론 당시에 좌파들은 오웰의 지적을 불편하게 생각했고, 받아들이며 스스로 돌아보기보다는 격한 반발과 비판으로 대응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웰은 자신이 '사회주의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서 비판하는 것'이라는 .을 분명히 했다. 오웰은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쓰고 얼마 후에 스페인 내전에서 파시즘에 맞서기 위해서 직접 총을 들고 뛰어든다. 거기서 그는 파시스트들과만 충돌한 게 아니었다. 스탈린주의 공산당과도 맞서게 됐다.
그가 목격한 것은 공산당이 마르크스주의통일노동자당(POUM)과 아나키스트들을 공격하고 탄압하는 장면이었다. 이런 경험들이 나중에 그가 <카탈루냐 찬가>와 <동물농장>, <1984>를 쓰게 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오웰은 이제 자신을 '민주사회주의'의 지지자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물론 그의 이어지는 삶과 사상적 궤적에 대해서는 많은 평가들이 엇갈린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조지 오웰을 자본주의를 반대하면서, 레닌주의가 변질되면서 나타난 스탈린주의에도 비판적이었고, 사회주의가 어떻게 교조적인 전통에서 벗어나 열린 체제로서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고민했던 독립 사회주의자들 중 하나라고 기억하고 있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그러한 오웰의 초기 고민으로 다가가는 데 좋은 길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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