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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복지재단 제12회 스토리텔링 공모전 대상을 받은 박완기씨의 가족사진. 박씨 제공
열살 시홍양의 배에는 ‘시옷(ㅅ)’ 모양의 흉터가 있다. 첫돌 무렵 아버지 박완기(45) 씨의 간을 이식받은 흔적이다. 시홍양은 자신에게 간을 떼어준 아버지를 ‘생명의 은인’이라 부르며 각별하게 따른다. 박씨는 큰 수술을 견딘 아이에게 국가가 주는 혜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여겨 장애 등록을 했다. 혜택을 받을 때마다 복지카드를 꺼냈는데 어느 날 지갑을 여는 아버지에게 딸이 물었다고 한다. “아빠, 그거 꼭 보여줘야 돼?”
고등학교 교사인 박씨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이가 자라면서 장애 등록과 카드 사용에 관해 묻기 시작했다”며 “그전까지는 그저 보호하고 혜택을 줘야 할 대상으로만 여겼지, 스스로 생각하는 인격체로 대하지 못했던 것이 아닌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제 박씨는 카드를 쓸 일이 생기면 딸에게 먼저 묻는다. 그렇게 아낀 돈으로 산 간식은 가족에게 주는 시홍양의 선물이다. 조금 더 크면 장애등록 여부도 딸이 선택할 몫이라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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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이같은 사연을 담은 수필 ‘아빠가 먼저 물어봤어야 했다’를 써서 최근 밀알복지재단 제12회 스토리텔링 공모전 ‘일상 속의 장애인’에서 성인 부문 대상을 받았다.
이번 공모전 수상작은 총 47편이다. 성인 부문 최우수상 중 국민일보 사장상은 청각장애가 있는 사돈과 서툰 수어를 통해 가족이 돼 간 과정을 담은 ‘새롭게 맺어진 진짜 가족 이야기’를 쓴 김숙희(57)씨에게 돌아갔다. 김씨는 “말을 잘하는 사돈들 앞에서 늘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을 세월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왔다”고 회상했다. 결혼식 날 두 어머니는 손을 맞잡고 입장해 화촉을 밝혔다.
시홍양과 박씨가 머리띠 분장을 하고 함께 찍은 모습. 박씨 제공
신안식(45)씨는 발달장애 아들을 기다려준 이웃 이야기 ‘충분히 보게 냅둬요’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편의。에서 물건을 고르는 아들 뒤로 손님이 다가오면 아빠는 “죄송하다”며 막아섰지만, 편의. 할머니는 “충분히 보게 냅둬요”라며 기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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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씨는 “이곳에서는 먼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마음 놓고 아버지여도 괜찮다고 느꼈다”고 적었다.
갑자기 왼쪽 시력을 잃은 김윤아(17)양은 ‘왼쪽에 앉은 역사 선생님’(아동·청소년 부문 최우수상)에서 “눈이 보이지 않는 사실은 내 삶의 한 부분이 됐을 뿐 전부가 되지는 않았다”며 “그냥, 왼쪽에 앉는 것을 남들보다 조금 더 좋아하는 역사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시각장애를 안고 티 소믈리에에 도전한 김이연(57)씨는 ‘춤바람 난 티 소믈리에’에서 “눈이 안 보이는데 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에 “너무 간절하니까”라고 웃으며 답한다.
수상작은 웹툰과 오디오북 등 장애인식개선 콘텐츠로 제작된다. 시상식은 오는 23일 서울 강남구 밀알복지재단에서 열린다. 아동·청소년 부문 대상(밀알복지재단 이사장상)을 받은 이자빈(18)양은 청각장애 교사에게 서툰 수어로 인사를 건넨 경험을 수필에 담았다. 지적장애가 있는 이양은 글을 이렇게 맺었다. “서로 다른 색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다른 삶의 시간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음을 조금만 더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더 예쁘고 아름다운 빛나는 무지개 세상이 될 수 있을까?”
로 산 간식은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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