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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활동이 지구환경을 좌지우지하는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로 들어섰다는 주장이 나온 지 오래입니다. 이제라도 자연과 공존할 방법을 찾으려면 기후, 환경, 동물에 대해 알아야겠죠. 남종영 환경논픽션 작가가 4주마다 연재하는 ‘인류세의 독서법’이 길잡이가 돼 드립니다.
동네 파출소 앞에 강아지 여남은 마리와 사람 여럿이 모인 풍경을 마주친 적이 있다. 무언가 했더니 ‘반려견 순찰대’였다. 나름 쉽지 않은 서류 심사와 실습까지 통과한 강아지들이 보호자와 함께 동네 안전을 살피러 나갈 참이었다. 슬그머니 다가갔더니, 주먹만 한 치와와가 멍멍 짖었다. 그 작은 체구로 험한 동네를 지킬 수 있겠니?
어찌 됐든, 형광 조끼를 입은 강아지와 보호자가 골목을 누비며 나쁜 짓 하려는 사람들 겁주고, 불이 나거나 위험한 곳은 없는지 .검한다니, 흐뭇했다. 강아지 데리고 하는 어른들의 경찰 놀이라고? 그럴 리가. 나는 반려견 순찰대가 가져올 조용한 변화에 기대를 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수 도널드슨과 윌 킴리카가 쓴 ‘주폴리스’ 덕분이다. 2011년 처음 출판돼 고전적인 동물권 철학에 도전한 이 책은 다소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동물 옹호 운동은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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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기존의 동물권 논의가 도덕적 옳고 그름에만 매달렸을 뿐, 사회를 실질적으로 바꿀 정치적 기획을 내놓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동물권 논의가 윤리적 시선 내에서만 머문다면, 개인으로선 ‘동물 구조’와 ‘채식’ 말고 선택지가 없다.
주폴리스·수 도널드슨, 윌 킴리카 지음·박창희 옮김·프레스탁 발행·544쪽·2만8,000원
이 책은 그 돌파구로 ‘성원권’(membership)이라는 개념을 끌어온다. 비행기를 타고 어느 낯선 외국 공항에 도착했다고 가정해 보자.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보편적 권리를 지닌다. 하지만, 여권 심사대 앞에서 권리의 층위가 갈라진다. 그 나라 국적을 가진 시민은 교육 기회를 보장받고, 일자리를 소개받고,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비자가 없는 방문객은 최소한의 권리만 인정받을 뿐이다. 이유는 무엇인가? 그 나라 정치 공동체의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정치 공동체를 인간의 전유물로 여긴다. 과연 그런가. 이 책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사회에 자리 잡은 사육 동물(반려∙농장 동물 등) 역시 온전한 시민으로 대해야 할 윤리적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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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덧붙여 나는 조금은 다른 차원에서 그 동물들이 우리 정치 공동체에 기여하는 성원이라고 말하고 싶다. 반려동물은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속해 희로애락을 나눈다. 인도견과 탐지견, 군견 등은 적극적으로 사회에 봉사한다. 책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제 영토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에게는 ‘자치권’을, 길고양이와 비둘기처럼 인간의 자리에서 사는 경계동물에게는 ‘거주권’을 주자고 제안한다.
모두에게 도덕적 성인이 되라고 요구하는 이론은 정치적인 효과가 작기 마련이다. 그보다는 우리가 이미 일상에서 비인간 동물과 얽혀 살아가고 있으며, 운명을 공유하는 정치∙생태적 공동체임을 일깨우는 게 더 나은 전략 아닐까? 반려견 순찰대는 인간의 언어로 정치적 발언을 하지는 않지만, 공공 영역에 물리적으로 존재함으로써 시민의 태도를 바꾸고 대중 토론의 조건을 변화시킨다. 즉, 존재 그 자체로 정치적 숙의를 돕는 ‘행위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서울 지역에서 지난해 1,529팀의 반려견 순찰대가 동네를 8만3,345번 순찰해, 1,856건의 범죄∙생활 위험 요소를 신고했다고 한다. 치와와야! 동네 지켜줘서 고맙다. 아, 쥐 쫓으며 밥값하는 길고양이도 이참에 이름을 바꿔주는 건 어떨까? 동네고양이로!
남종영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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